밀리의서재에서 만난, 마음을 울리는 소설 '두고 온 여름'
무더운 여름날, 방바닥에 누워 순식간에 읽어 내려간 책이 있습니다. 성해나 작가님의 첫 장편소설, '두고 온 여름'이에요. 페이지 수가 많지 않았지만, 잔잔한 물결에 이끌리듯 마지막 장까지 후루룩 읽었네요. 부모의 재혼으로 잠시 가족이 되었다가 결국 남이 되어버린 두 소년, 기하와 재하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소설입니다. 잔잔하지만 깊은 여운을 남긴 이 작품을 소개해 드릴게요.
우리의 여름은 어디에 두고 왔을까
이 소설은 '재혼 가정에서 생긴 형제 관계'라는 조금은 특별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기하와 재하는 한때 가족이었던 그 시절의 기억, 그리고 각자의 시점에서 그 시간이 남긴 감정의 흔적들을 담담하게 풀어냅니다. 두 소년의 이야기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진행되는데, 서로의 입장이 교차될 때마다 그들의 감정 차이를 섬세하게 느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기억하는 방식과 감정의 깊이가 다르다는 점이 현실적으로 다가왔어요.
소설의 제목처럼, '두고 온'이라는 말이 주는 아련함이 글 전체에 스며들어 있어요. 한 시절과 관계를 뒤로 남겨야 하는 아릿함과 그럼에도 여전히 남아있는 애틋함이 문장 곳곳에 묻어나는데, 그 감정들이 저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아무것도 두고 온 게 없는데 무언가 두고 온 것만 같았다” 누구에게나 스쳐간 적 있는 감정일 터, 저 역시 책 속 이 구절을 되뇌며 언제였을까? 를 잠시 생각했습니다.
사진에 담긴 추억, 그리고 성장의 기록
소설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건 '사진'이라는 소재입니다. 기하의 아버지가 매년 가족사진을 찍던 에피소드를 통해 '함께한 시간'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해요. 사진은 과거를 기록하는 도구이자, 성장하고 변화하는 인물들의 감정선을 부각하는 장치로 활용되었죠.
성해나 작가님은 실패한 이해, 닿지 않는 마음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냅니다. 작은 위로와 견디는 시간을 담아내면서도, 독자에게 묵직하면서도 따뜻한 여운을 전합니다. 작가님이 책에 담았다는 "이후의 삶에서도 소설 속 인물들이 평온하고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이 글을 읽는 저에게도 느껴졌어요.
단순하지만 깊은 울림을 주는 이야기
'두고 온 여름'은 복잡하지 않은 이야기 속에 성장, 이별, 그리움, 그리고 용서와 같은 깊은 감정들을 담고 있습니다. 2023년 창비에서 출간된 이후 평론가와 독자 모두에게 "단순하지만 깊은 울림"을 주는 소설로 평가받고 있다고 해요. 저 역시 이 말에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화려한 사건보다는 인물들의 내면에 집중하는 이 소설은, 불완전했지만 찬란했던 한 시절을 지나온 이들에게 깊은 공감과 따뜻한 위로를 건넵니다. '두고 온 여름'을 읽고 나니, 저에게도 마음속에 고이 간직하고 있는 '두고 온 시간'이 있는 것 같아 한동안 생각에 잠기게 되었습니다.
혹시 마음을 어루만져줄 잔잔하고 따뜻한 소설을 찾고 계신다면, '두고 온 여름'을 꼭 한번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여러분의 마음속에 어떤 여름을 남겨줄지 궁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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